[친절한 쿡기자] 스토킹 당한 유아에게 “인기 있다”는 윤종신… 문제의식 부족하다

[친절한 쿡기자] 스토킹 당한 유아에게 “인기 있다”는 윤종신… 문제의식 부족하다[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스토커(Stalker)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보통은 일방적으로 지나친 구애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상대방의 의사는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따라다니며 정신적·신체적으로 공포와 불안을 주는 스토킹을 저지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계기는 구애일 수도 있지만 증오 혹은 호기심, 재미인 경우도 있죠. 엄연한 범죄의 영역이며 단순히 공포를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살인까지 이어지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이를 ‘인기 있다’고 생각해버려 범죄를 방치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놀랍지만 사실입니다.

지난 24일 MBC ‘라디오스타’에서 MC들이 보인 태도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걸그룹 오마이걸의 유아가 스토킹을 당했던 과거를 털어놨죠. 유아는 가수가 된 계기로 불특정다수의 잦은 스토킹을 꼽았습니다. 학창시절 때 일주일에 5회 이상 모르는 사람들이 따라왔다는 유아는 “젊은 사람부터 나이 많은 사람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나를 스토킹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강제로 차에 태우려던 사람도 있고, 길을 가다 따라와서 갑자기 귓가에 대고 음담패설을 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괴로움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신체적 공포를 느낀 유아는 “스토커에 너무 많이 시달리다 보니, 얼굴을 많이 알리게 되면 모르는 이들이 쉽게 건드리지는 못할 것 같아 데뷔를 결심하게 됐다”고 털어놨죠.

문제는 이날 MC 윤종신과 김구라가 보인 태도입니다. 윤종신은 유아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인기가 있었구나”라며 감탄했습니다. 김구라는 “어떻게 길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음담패설을 하고 가느냐”며 의구심을 보였죠. 그리고는 별 것 아닌 듯 바로 다른 패널인 김민종에게로 화두를 돌렸습니다. 김민종의 경우 여성 스토커에게 주거침입을 당한 일이 알려져 시선을 모은 바 있는 스타였고, 김민종 역시 자신의 스토킹 경험담을 털어놨습니다.

시간이 정해져 있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화두를 돌려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양한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 특성상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MC의 역할이죠. 그러나 이 경우 윤종신과 김구라가 보인 태도는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피해자에게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스토킹 경험에 대해 ‘인기 있다’고 일축해 버리거나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고 의구심을 품는 것은 스토킹 피해를 키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스토킹의 계기는 앞에서 설명했듯 단순 구애가 아닙니다. 증오나 호기심, 단순 재미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으며, 가장 큰 문제는 이 감정들이 피해자에게 큰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접하는 주변인들은 그 감정 때문에 범죄를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해 버리죠. 최근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13∼2016년 상담 통계에서 스토킹의 주된 피해자는 여성(98.6%)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가해 유형으로는 올해 상반기 상담 사례(141명 복수 응답) 기준 감시·미행·반복적 연락(136건), 협박(84건), 폭언·욕설(53건), 공포감 조성(44건), 주변인에 대한 위협 및 폭력(30건), 자해·자살 협박 및 시도(26건) 등을 비롯해 성적 폭력으로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25건), 성관계 강요(12건), 강간(9건), 성추행(8건), 신체적 폭력으로는 구타(28건), 당기거나 밀침(17건), 목조름(12건), 힘으로 제압(14건), 흉기로 위협(7건), 침입(6건), 감금(6건) 등이 많았다고 하죠.

유아가 털어놓은 경험담만 해도 명백한 납치 시도와 성추행입니다. 납치를 당하고 성추행을 당하는 것을 ‘인기 있다’고 일축한 윤종신과 김구라가 보인 태도는 적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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